커피의 맛은 무엇으로 결정이 되는가? 보통 커피콩의 원산지부터 로스팅을 어떻게 하는가, 추출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내렸느냐 따라 달라진다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비중이 높은 것은 바로 풍경일 것이다. 어떤 사람과 어떤 곳을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셨느냐에 따라 커피맛이 천차만별이 되는 것이다. 도심을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꼬불꼬불한 농로를 따라 한참을 내달려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찾은 곳에 풍세 커피가 있었다.
너른 공간이 있어서 한 껏 여유를 부려볼 수 있는 곳이다. 무언가를 채우는 것보다는 그냥 커피 한 잔을 들고 돌아다니기에 좋게 정원을 조성해 두었다. 한옥과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이 있기에 입소문이 난 곳이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는 여성분들이 더 많이 아는 편이다. 확연하게 여성이 남성보다 분위기에 더 민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소나무도 구경하고 앞에 막히는 것이 없이 탁 트여 있어서 좋다.
이곳의 한옥은 그냥 흉내만 낸 한옥이 아니다. 150년 된 고택을 이 공간에 이전 복원하여 천안시 건축문화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마음 복잡한 날에 탁 털어버리고 떠나와서 풍경에 푹 절여진 커피 한잔을 마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제 한옥의 안쪽으로 들어가 볼까. 다양한 엔틱 소품들이 있다고 하는데 엔틱이라고 하는 것은 오래된 느낌과 함께 고풍스러운 것이 있어서 좋다.
집에도 약간의 antique소품들이 있다. 오래된 물건의 수집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신전에 귀중품을 보관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새것의 느낌보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제품이 좋다.
원래 한국 전통 가옥은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물의 높이가 낮고 그 고장에서 난 소나무, 화강암, 진흙 등의 자재를 사용한 덕택에 주변 풍광과 완벽하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것이다.
잠시 창가에 서서 바깥의 풍경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 본다. 한국의 고가구들은 한반도의 고온다습한 여름과 저온 건조한 겨울 기후 탓에 좁고 낮은 온돌방과 대청이 나타났으며, 주로 앉아 생활하는 가옥에 적합하게 발달하였다. 자연히 이 가옥에서 사용하는 가구는 입식(立式)인 유럽이나 중국 가구와 대비되는 작고 낮은 유형으로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역시 인증숏을 찍는 것은 이곳을 왔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욕구일까.
한옥에는 한국 특유의 목공기술이 있다. 나무가 본디 가진 아름다운 결을 살리면서 기후에 따른 목재 변형을 최소화하는 기술과 쇠못을 쓰지 않고 못질 없이 나무를 짜 맞추는 기법은 수백 년의 긴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이곳저곳으로 흘러 다니듯이 돌아다니면서 구경해본다. 저 유리온실처럼 보이는 곳에도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단체로 오면 저곳에서 같이 차를 한 잔 마시면 좋을 듯하다.
플라톤은 행복은 끝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 잠시도 머물러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쳐 지나가듯이 지나가지만 그 순간만이라도 행복하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곳을 오면 꼭 데려오고 싶은 지인이 생각난다. 커피맛은 풍경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