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감성여행

만남의 흥과 헤어짐의 애환이 서린 천안삼거리

천안박물관 & 천안삼거리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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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박물관

  • 위치 /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대로 429-13

    (삼룡동 261-10)

  • 전화 / 041-521-2891~2
  • 시간 /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매주 월요일,1월1일, 설.추석 당일 휴관)

“천안 삼거리~ 흥~ 능수버들은 흥~”

딸이 며칠째 틈만 나면 천안삼거리 노래를 부른다.

“에루화 좋다~ 흥~ 성화로구나~ 흥~”

처음에는 오랜만에 들으니 좋다 싶었는데 계속 들리니 의아하다.

웬일로 민요에 맛을 들였어?

“학교에서 배웠는데 자꾸 입에 맴돌아. 그런데 천안삼거리가 어디야?”

그래, 노래를 제대로 부르려면 가사를 잘 이해해야지. 만남의 기쁨과 헤어짐의 애환이 서린 천안삼거리에 직접 가보자!

천안은 현재 경부선, 장항선, 호남선 등의 철도와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어 교통의 요지로 익히 알려졌다.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이었던 것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였다.

한쪽 길은 서울로 다른 한쪽 길은 공주와 호남으로 그리고 또 한쪽 길은 문경새재로 이어져
경상도를 향하는 팔도 제일의 교통의 요지, 삼거리였다.

한양에서 전라도와 경상도로 내려가거나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해서
전국의 사람들이 모여 머물러 쉬었다 가곤 했던 천안삼거리.

그래서 이 길 위에서의 만남은 흥겨움으로, 헤어짐의 아쉬움은 애환으로 남아 많은 이야기가 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다.

홀아버지와 어린 딸의 헤어짐과 상봉, 젊은 선비와 삼거리 주막 기생의 지키지 못한 백년가약 등 그 이야기들 속엔 흥과 한이 함께 서린다.

한때는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주막과 민박들만이 주를 이루었던 천안삼거리는 현대에 들어와 크게 변화되었다.

철도가 개통되면서 삼거리의 기능은 사라져 주막과 민박도 사라졌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만큼 삼거리를 기억하는 공원이 있고,

또 천안삼거리 인근에는 천안박물관이 있다.

먼저 천안과 천안삼거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천안박물관을 먼저 방문한다.

천안박물관은 만남과 교류의 장인 천안의 역사와 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장소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것처럼 천안박물관의 출입문은 전통적인 기와문인 반면 건물은 현대식이다.

고고실에서는 선사부터 고대까지의 유물과 유적들을 천안의 이야기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곳 천안에서 출토된 유물들이라니 귀걸이며 항아리며 모두 특별하게 느껴진다.

마치 할머니께서 젊었을 적 입으셨다는 한복을 보는 것처럼 그 의미가 마음에 더 가깝게 와 닿는다.

역사실에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천안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어있다.

특히 어린 시절 마음속 첫 번째 영웅이었던 어사 박문수의 초상화와 관련 자료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갑다.

천안삼거리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삼거리실은 흥겨운 주막과 민박에서 있었던 장면들이 다양하게 재구성되어 있다.

다른 지방으로 장사하러 가기 위해, 과거 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등 많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흥타령의 고향 천안삼거리답게 시끌벅적 모여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다양한 만남을 가졌던 과거의 모습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근대실은 천안의 근대 모습을 역사적 인물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답게 다양한 호두과자 광고지가 눈에 띈다.

유관순 등의 천안 출신 애국지사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유물들 또한 전시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전시실이 있어 어린이들이 게임을 하거나 직접 체험해보며 천안의 역사를 접해볼 수 있다.

박물관 옆에는 충청도 가옥이 있다. 중부지방의 일반적인 주거형태로 ㄱ자 모양으로 꺾여 ㄱ자 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너른 마당에서는 각종 의례가 행해지기도 하고,

흥의 고장답게 각종 잔치를 열기도 했으리라.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한옥에 들어오면 왠지 그냥 눌러앉아 마냥 쉬고 싶어진다.

박물관 밖에는 마치 옛 삼거리를 재현한 듯 주막이 길게 펼쳐지며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편안한 장소에 맛있는 음식은 호탕한 웃음과 안식을 가져다준다.

나도 모르게 ‘주모!’ 하고 외칠지도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천안삼거리 여행의 마지막으로 천안삼거리공원을 들렀다. 박물관을 막 나와서인지 지나가는 버스와 승용차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넓고 푸른 공원에는 천안삼거리 노랫말에 익숙한 능수버들이 곳곳에 심겨 있고, 영남루와 오룡쟁주상, 흥타령비가 있다.

연못가 벤치에 앉아 살랑거리는 능수버들과 의젓한 영남루를 바라보고 있자면,
현실이 아닌듯한 착각에 빠져 잠시 근심을 잊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내 의식도 잠시 멈췄던 듯 노랫소리에 문득 정신이 든다.

“에루화 좋다 흥~ 성화로구나 흥~”

천안삼거리공원에 있어서일까. 천안박물관을 다녀와서일까.

노랫소리의 깊이가 달라진 것 같은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옅게 불어오는 바람에 딸의 노래가 유독 자연스레 스미는 듯하다.